2022.4.3 그리 아니하실지라도
이지선자매(78년생, 이화여대 유아교육학과)가 대학 4학년 때 나이 23살에 2000년 7월 30일 주일
오빠가 모는 승용차를 타고 가다가 음주운전을 하던 갤로퍼 승용차에 치어 6중 추돌사고후 차가 불이 붙는 바람에 화상을 입고 새까만 몸으로 중환자실에서 들어갔습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온몸에 붕대를 감고 겨우 눈만 뜰 수 있었습니다.
그녀는 하나님께 나를 빨리 데리고 가 달라고 기도하였습니다.
그녀는 병원에서 퇴원후 홈피에서 이런 글을 남겼습니다.
짧아진 여덟 개의 손가락으로 사람에게 손톱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알게 되었고,
1인 10역을 해내는 온전히 남은 엄지손가락으로 생활하며, 글을 쓰며,
엄지손가락을 남겨주신 하나님께 감사했고, 눈썹이 없어 무엇이든 여과 없이 눈으로 들어가는 것을 경험하며 사람에게 이 작은 눈썹마저 얼마나 필요한 것인지 알게 되었습니다.
막대기 같아져 버린 오른팔을 쓰며 왜 하나님이 관절이 모두 구부러지도록 만드셨는지,
손이 귀까지 닿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알게 되었습니다.
잠시였지만 다리에서 피부를 많이 떼어내 절뚝 절뚝 걸으면서 다리가 불편한 이들이 걷는다는 것 자체가 얼마나 힘든 것인지 느끼게 되었습니다.
무엇보다 건강한 피부가 얼마나 많은 기능을 하였는지 껍데기일 뿐 별것 아니라고 생각했던 피부가 우리에게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알게 되었습니다.
그나마 남겨주신 피부들이 건강하게 움직이는 것에 감사하며, 하나님이 우리의 몸을 얼마나 정교하고, 놀랍게 만드신 것인지 몸으로 체험했습니다.
그리고 감히 내 작은 고통 중에 예수님의 십자가의 고통을 100만분의 1만큼 공감할 수 있었고,
너무나 비천한 사람으로 때로는 죄인으로, 초라한 사람으로 대해지는 그 기분 또한 공감할 수 있었습니다.
이제는 지난 고통마저 소중하게 느껴집니다. 이 고통이 아니었다면 지금처럼 남들의 아픔에 진심으로 공감할 가슴이 없었을테니깐요.
사람들은 외계인처럼 되어 있는 내 얼굴을 바라보고 “저러고도 살수 있을까?? 라고 말한다.
“네. 이러고도 삽니다. 누구보다 행복하게 살고 있습니다.”
나는 건강한 몸을 원했습니다. 그러나 그리 아니하실지라도 나는 하나님을 찬양하며 그분께 감사하며 행복하게 살 수 있습니다.